연구 윤리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무엇일까

며칠전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 교육을 듣게 되었다. 이대 의전원 권복규 교수님의 강의였는데, fabrication이나 falsification이 뭔지 등의 뻔한 부분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져주셨다.

정직한 사람이 성공할까요, 약간의 ‘유도리’가 있는 사람이 성공할까요?

나도 약간은 덜 정직한 사람이 사회에서는 성공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대체로 그렇게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연구 분야에서도 애매한 부분에서는 결과가 ‘유의한’ 쪽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과제도 잘 따고 논문도 잘 나가지 않을까…

경제적인 문제든, 외압이든 정직한 연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연구 윤리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무엇일까요?

정말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이었다. 서양에서는 종교적인 신실함이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고 문화에 녹아들어가있어 그것이 연구자들이 연구 윤리를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힘이 될만한 것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셨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의견이 오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 연구윤리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다들 고민하지만 답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오늘 친구와 한국의 RND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나만의 해답을 찾은 것 같다. 우리나라 국가 RND 과제는 성공률이 97%라고 한다. 반면에 영국은 40%대, 미국은 20%대라고….(레퍼런스는 잠깐 구글링했지만 못 찾음) 하지만 실패한 과제에 대해서도 실패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있으면 인정을 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과제 실패’ 평가를 받게 되면 페널티가 주어진다. 여기서 느껴진 것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실패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즉, 아무리 성실하고 정직하게 연구를 수행했어도 결과가 꽝이면 ‘실패’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런 토양에서 과연 연구자들이 연구윤리를 지키면서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분위기가 연구윤리의 가장 큰 적이 아닐까? 열심히 공들여 연구를 했는데, 빚이 많은 상황에서 이 과제가 실패로 평가되면 연구비를 받을 수가 없는데, 논문이 accept되지 않으면 졸업을 할수가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연구윤리를 지킬수가 있을까?

연구자들은 negative result를 보고하기를 꺼려한다. 스토리에 맞지 않는 꽝 데이터가 들어가면 리뷰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나도 지금 revision중인 논문에서 우울증 관련 행동실험 3가지를 했는데, 2가지에서만 positive로 나오고 1가지는 negative로 나와서 행동실험간의 뭔지 모를 약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기술했더니 리뷰어가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고 코멘트를 보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negative 결과는 애초에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치고, 데이터를 빼버리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연구자들의 이런 성향을 문제삼아 만들어진 Journal of Negative Results in BioMedicine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한 논문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논문을 내는게 과연 자랑스러울까?

성공적인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환경에서 연구윤리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할 주제인 것 같다.

CC BY-NC-SA 4.0 This work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ShareAlike 4.0 International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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